
빈혈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철분제보다 원인 검사가 먼저일까요?
검진 결과지에서 '빈혈'이라는 글자를 보면 철분제부터 챙겨 먹으면 되는지 궁금해집니다. 빈혈은 혈액 속 혈색소(헤모글로빈)가 기준보다 적게 나왔다는 검사 결과입니다. 이 결과만으로는 혈색소가 왜 줄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빈혈 소견을 들었다면 무엇을 보충할지 정하기 전에 원인을 찾는 검사부터 합니다.
같은 빈혈이라도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혈색소는 적혈구 안에서 산소를 실어 나르는 단백질입니다. 혈색소가 줄면 몸 곳곳에 산소가 덜 전달되어 쉽게 지치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거나,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무 증상 없이 검사에서만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혈색소가 줄어드는 원인은 크게 몇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월경량이 많거나 위·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 출혈이 이어져 피가 조금씩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철, 비타민B12, 엽산처럼 혈액을 만드는 재료가 모자라거나 몸에 잘 흡수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성 염증이나 콩팥 기능 저하 같은 다른 질환이 영향을 주기도 하고, 골수에서 혈액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혈색소 수치가 같아도 원인에 따라 해야 할 일은 다릅니다. 철이 모자란 빈혈과 비타민B12가 모자란 빈혈은 보충해야 할 것이 다르고, 출혈이 원인이라면 무엇을 보충하기 전에 어디서 피가 나는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혈액검사에서 먼저 확인하는 것
원인을 좁히는 첫 단계는 대개 혈액검사입니다. 일반혈액검사 결과에는 혈색소 수치뿐 아니라 적혈구의 크기와 개수도 함께 나옵니다. 적혈구가 작고 색이 옅으면 철 부족을, 적혈구가 크면 비타민B12나 엽산 부족을 먼저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몸에 저장된 철의 양을 보여 주는 페리틴, 간과 콩팥 기능, 염증 수치를 더해 함께 봅니다. 페리틴은 몸에 염증이 있으면 높게 나오기도 해서, 이 수치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상무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의 기본 종합검진에는 일반혈액·빈혈 검사와 함께 간기능·신기능·염증(CRP)·대변검사가 들어 있고, 페리틴은 플러스 종합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습니다. 검진에서 빈혈 소견을 받았다면 결과지에 철과 관련된 검사가 함께 있었는지 살펴보세요. 없었다면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진료 때 물어보면 됩니다. 검진센터의 결과 상담은 당일에도 받을 수 있습니다.
철이 부족하다면,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찾습니다
철결핍이 확인되면 다음으로 왜 부족해졌는지를 살핍니다. 월경량이 많은 여성은 그것만으로 설명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경이 없는 성인, 특히 중년 이후라면 위나 대장에서 조금씩 피가 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궤양, 용종, 종양처럼 겉으로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원인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하는 검사가 위·대장내시경입니다. 상무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에서는 위·대장내시경과 수면내시경, 대장용종절제술을 시행합니다. 종합건강검진센터에서는 위·대장내시경을 같은 날 오전에 함께 받을 수 있고, 검사 중 용종이 발견되면 당일 절제도 가능합니다. 다만 내시경을 할지, 위만 볼지 대장까지 볼지는 혈액검사 결과와 나이, 증상, 이전 검사 이력을 보고 의료진이 판단합니다.
진료 때 말해 두면 좋은 것들
원인을 찾을 때는 검사 결과와 함께 그동안의 몸 상태와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듣습니다. 진료 전에 아래 내용을 떠올려 두면 설명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 언제, 어디서 빈혈이라는 말을 들었는지. 이전 결과지가 있으면 가져가면 수치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 변이 검게 나오거나 피가 섞인 적이 있는지
- 월경량이 늘었거나 기간이 길어졌는지
- 이유 없이 체중이 줄었는지, 식사량이나 식단에 변화가 있었는지
- 위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
- 가족 중에 빈혈이나 대장 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이 있는지
- 지금 먹고 있는 약과 영양제 전부
약은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 진통소염제는 위장 출혈과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의료진이 꼭 알아야 하는 정보입니다. 그렇다고 빈혈 소견을 들었다는 이유로 이런 약을 스스로 끊어서는 안 됩니다. 심장이나 혈관 질환 때문에 먹는 약이라면 중단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내시경 같은 검사 일정이 잡히면, 약을 어떻게 할지는 그 약을 처방한 의료진과 검사를 맡은 의료진에게 본인의 약과 일정에 맞춰 확인하세요.
철분제를 먼저 먹으면 안 되나요?
철분제를 먹으면 수치가 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위나 대장 어딘가에서 피가 나고 있다면, 수치가 나아 보이는 동안에도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철분제는 변을 검게 만들 수도 있어서, 복용 사실을 모르면 의료진이 변 색깔의 변화를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철분제를 먹고 있다면 언제부터 얼마나 먹었는지 진료 때 그대로 알려 주면 됩니다. 원인이 확인된 뒤에는 철분 보충이 치료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고,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보충할지는 원인과 수치를 보고 정합니다.
외래 진료를 기다리면 안 되는 경우
빈혈의 원인을 찾는 검사는 대개 외래에서 차근차근 진행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는 다릅니다.
- 피를 토할 때
- 검붉은 변이나 피가 섞인 변이 나올 때
- 쉬고 있는데도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플 때
- 정신을 잃을 것처럼 어지러울 때
이럴 때는 외래 일정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상무병원 응급실은 휴일 없이 24시간 접수합니다(응급실 062-600-7119).
빈혈은 혈색소가 줄었다는 결과이고, 왜 줄었는지는 혈액검사와 문진, 필요하면 내시경 같은 검사로 확인합니다. 원인을 알아야 철분을 보충할지, 다른 것을 보충할지, 출혈 부위부터 찾을지를 정할 수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결과지에 혈색소 외에 어떤 검사가 함께 들어 있는지 살펴보고 진료 때 가져가면 다음 단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